[화제의 인물 인터뷰] 돈키호테 같은 예술혼으로 일상을 자극하는 윤성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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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인터뷰] 돈키호테 같은 예술혼으로 일상을 자극하는 윤성재 작가 
  • 정창일 기자
  • 승인 2022.09.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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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차다. 보통 사람이 아니다. 국내에 이렇게 특이한 작가가 있을까? 윤성재 작가를 만나니 흔히 광기의 예술가라고 하면 연상되는 거친 에너지보다는 돈키호테와 같은 호전감 속에 웅크리고 있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일상을 자극하는 '미확인탐사선', 그의 당차고 야심찬 계획을 만나기 위한 시작은 제주의 푸른바다를 보며 이루어졌다.  

Q 아직 윤성재 작가님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한국의 전통등 제작을 배우면서 한지등공예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것이 첫 시작이었네요. 그뒤로 제주신화 퍼레이드 조형물, 서울청계천등축제 초청전시, 제주왓수다 축제 총괄기획, 도쿄디즈니 팝업스토어 전시 등의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Q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2015년에는 제주 관덕로에 커뮤니티형 문화공간 쿰자살롱을 오픈하면서 문화공연기획자로 활동을 했었고, 2016년에는 아이스몬 캐릭터 디자인 및 애니메이션 감독도 했습니다. 2022년 올해에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주제로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인간과 자연은 기초적이면서도 어려운 주제네요?
현대사회는 물진문명의 개벽에 이어 디지털 문명의 진화를 앞두고 또 한번의의 거대한 대전환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점에 제가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는 부분은 변화해가고 있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있습니다.

Q 평소에도 환경에 관심이 많으셨군요? 
사실 저는 환경운동가는 아닙니다.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의식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삶의 철학을 가지고 이를 예술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보여주고 공유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나다움' 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철학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Q 탐사선을 만들게 된 계기가 고교시절의 꿈을 이루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한번쯤은 이루고 싶은 꿈일 수도 있지만 막상 실현하기가 쉽지는 않은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저 역시 철없던 시절의 허무한 추억담으로 치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40대가 되니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더군요. 바쁘고 치열하게 지내온 지난 과거속에 내가정말 꿈꿔왔던 것을 잃어버린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잊혀졌던 어릴 적 꿈을 현실로 이루어보고 싶었습니다.

Q 그야말로 돈키호테네요?
A (웃음) 처음에는 잠수함을 타고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기동력을 써야하고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히며 탐사선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Q 한지등 공예를 하시다가 탐사선이라니, 생소한 준비 였을텐데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이네요
배를 만드는 과정이 아무래도 쉽지 않았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불꽃 안튀기고 할 수 있는 알곤용접을 알게되었어요. 그런데 구멍이 많이 생겼습니다. 배로 만들면 빠져죽기 쉽상이죠 (웃음) 주변에 이리저리 수소문 하였지만 전문가가 없었습니다. 그러던중 우연히 온라인을 통해서 배 만드셨던 분을 알게되었죠. 그분이 알곤 용접, 배구조에 대해서 알려주셨습니다. 

Q 미확인탐사선이라니 UFO같은 느낌이네요. 
A 디자인을 UFO느낌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비행물이 아닌 배이다 보니 마찰, 안전 등의 제약으로 고민을 많이 했지요. 일반적이지 않은 구조물이어야 했기에 일반적이지 않은 디자인을 구현해 내었습니다. 

Q 그야말로 돈키호테다운 발상이십니다. 하지만 요즘시대의 예술혼과 잘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지로 하는 작업은 고요한 산속에서 명상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탐사선은 고행속에 명상하는 기분이었어요. 고물상에 버려진 싱크대와 철물자재를 활용하고 땀흘리면서 용접하다보니 느낀바가 많았습니다. 고행의 과정속에서 또다른 철학을 알게된 작업이었습니다.  누구나  무언가를 욕망하고 싶은 본질적인 내면이 있습니다. 그 본질과 교감이 가능했기에 작업과정이 힘들지만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 작가님이 추구하시는 환경과 미확인 탐사선은 접목점이 있나요?
미확인 탐사선은 해양쓰레기를 탐사하는 배가 아닙니다. 다만 해양에 떠있는 미세플라스틱을 수거하는 장치인 ‘마타트롤’을 이용해서 수거한 미세플라스틱을 미디어아트형태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게됩니다. 결국 미확인 탐사선은 확인되지 않은, 눈에보이지 않았던 환경에 변화들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수집하고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탐사선입니다.

Q 작가님의 예술작품속에 환경에 대한 메세지 카테고리가 접목된 것이네요
네.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삶의 방식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관계 회복입니다. 거대한 경제구조 속에서 우리는 자연을 소비하는 관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의 본질을 잊고 본질을 소비하며 지내는 것과 같습니다. 기후위기, 전쟁, 난민, 인구문제 등 현대사회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은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의식 변화를 통해 한쪽 방향으로 흐르는 거대한 물결을 바꾸어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 개개인의 삶의 태도와 생각이 변화할 때 집단의 지성은 진환하고 해결에 전환점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에 전시회가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요
10월3일부터 16일까지(오전10시~오후6시 오픈) 2주간 열립니다. 3일 오후 5시에 개막식이 열리는데 바다북밴드의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돼요. 장소는 북촌고지해녀탈의장에서 전시를 하는데 탁 트인 바닷가를 배경으로 해녀분들의 탈의장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진행되니 이번전시의 취지와 딱 맞는다는 생각이었습니다. 

Q 취지와 딱 맞는다는건 어떠한 의미일까요?
전시장 주변에 해녀분들이 사용하시던 불턱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이 불턱은 물질을 통해 공동체 문화를 유지해 온 제주도 해양문화의 상징이라고 생각해요. 거친 자연에 순응하며 생존해야만 했던 인간의 내면을 탐사선을 통해 엿보고, 발견하고, 찾아가는 여정의 전시라고 생각했어요. 불턱의 자리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해녀분이 줄어들고, 지역의 공동체문화가 축소되는 것과 같이 환경도 끝없이 변화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Q 이번 전시회는 어떤 포인트를 중점으로보면 될까요?
북촌고지 해녀탈의장 건물은 휴게실 샤워실 비품실로 구성됩니다. 미확인탐사선, 오션카트맨의 방, 미디어아트영상, 오션카트 조형물, 다국적 해양 쓰레기 슈퍼마켓 등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Q 오션 카트맨은 무엇인가요?
저의 작업실 근처에서 외팔로 카트를 밀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분이 계셨습니다. 그모습이 저의 프로젝트랑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형마트에서 소비된 쓰레기들을 다시주워 담는 형식의 퍼포먼스 라는 발상에 이르렀고 '오션카트맨' 이라는 캐릭터를 고안했습니다. 

Q 앞으로의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는지요?
바다오염은 제주도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오대양에 걸쳐서 있죠. 또한 육지에도 있습니다. 바다에서 나는 소리나 오브제들로 미디어아트를 구성하거나 미세플라스틱을 콘텐츠로 전시하는 계획도 있습니다. 또한 포레스트 카트맨을 탄생시켜 숲으로 나가볼 계획도 있습니다. 

Q 끝으로 독자분들 및 현대인들에게 던지고 싶은 메세지가 있을까요.
우리의 내면에는 자연과 마주한 본질이 있습니다. 이러한 본질을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본질과의 교감을 통해서 각자의 삶에 대한 태도가 변화하고 그 변화가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환경과 나, 타인과 나, 물질과 나, 영적인 존재와 나의 관계에서 철학전 본질을 찾고 결국 나와 다르지 않은 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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