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나의 소중한 인연들] 인생은 한방! 사람을 한번에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는 박종팔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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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나의 소중한 인연들] 인생은 한방! 사람을 한번에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는 박종팔 챔피언
  • 이승륜 기자
  • 승인 2022.01.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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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이 심했던 삶이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행복한 챔피언
왼손 훅에 모든걸 걸었던 남자 박종팔
겉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한없이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
[스카이스포츠의 복싱클래식 The KO의 박종팔 해설위원과 함께]
[스카이스포츠의 복싱클래식 The KO의 박종팔 해설위원과 함께]

요즘은 복싱 이벤트가 많지 않아 복싱 중계를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복싱 이벤트는 더욱 축소 되고 있는 실정이죠. 관중이 없는 스포츠 이벤트는 PPV(Pay per view)만으로 수익을 올리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복싱 경기를 하면 해설자 후보로 경량급 유명우, 중량급 박종팔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감과 친근함을 고루 갖춘 좋은 형님인 박종팔 챔피언과 함께 하면 늘 즐겁습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어이~동상, 밥은 잘 먹고 다니는가?"라고 항상 웃으면서 반겨주는 박종팔 챔피언이 생각나는 요즘이네요. 

1958년생인 박종팔은 1970년대와 1980년대 국내 선수들에게는 드문 중량급의 세계 챔피언이었습니다. 전라남도 무안이 고향인 박종팔은 일찍 상경해 노량진에 있던 동아체육관에서 먹고 자면서 훈련했다고 합니다. 한국 복싱의 중흥기를 함께한 곳이죠. 제가 좋아하는 유명우 해설위원도 동아체육관에서 훈련했습니다. 박종팔 위원은 지금은 고인이 된 김득구 선수와 훈련을 함께 하면서 챔피언의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훈련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면서 빈대가 많았다는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들을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챔피언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녹화장]
[박종팔 해설위원과 함께 한 The KO 녹화는 언제나 즐거운 분위기였다]

2019년 SKY SPORTS에서 '복싱 클래식 The KO'라는 프로그램을 할 때 박종팔 해설위원과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아나는 담당 PD에게 프로그램 해설로 박종팔 챔피언으로 결정됐다고 이야기를 듣고 유튜브에 있는 그의 예전 경기와 그 후에 출연한 프로그램들을 하나씩 다시 시청했습니다. 라경민과의 라이벌전, 캐시어스 나이토와의 동양타이틀 매치, 오벨 메이야스, 머레이 서덜랜드 등 여러 명경기들을 보면서 박종팔의 무시무시한 펀치, 특히 가공할만한 레프트 훅에 감탄했습니다. 저 훅을 맞고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복싱 최고 인기 시절에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박종팔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은퇴 이후의 삶은 그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사람을 좋아해 사기를 당한 점, 아내와 사별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했던 점 등 박종팔의 인생의 명암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박종팔 해설위원에 대해 개인적으로 뒷조사(?)를 한 이유는 프로그램을 하기 전 해설자와 친해지려는 제 방송 습관 때문입니다. 해설자를 모르면 제대로 된 방송을 하기 힘듭니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질문하기도 애매하고 또 개인적으로 질문할 내용도 없게 됩니다. 제일 좋은 방송은 해설자가 잘하는 방송입니다. 제 방송 철학이기도 하죠. 철저하게 상대에 대해 조사한 이후 목동 스튜디오에서 박종팔을 만났을 때 첫인상은 정말 무서웠습니다. 혹시 내가 뭐 잘못하지 않았을까, 인사할 때 조금은 무례하지 않았을까 등등 모든게 조심스러웠죠. 그러나 박종팔 해설위원은 처음 본 저를 따뜻하게 맞아줬습니다. "어이~동상, 테레비에서 많이 봤당께. 내가 말을 잘 모대. 안그냐~" 그러면서 누구보다 활짝 웃는 박종팔 위원을 보면서 '무서운 형님이 아닌 친한 형님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 

박종팔 해설위원은 모든 사람들이 좋아했습니다. 처음 본 사람들하고 금방 친해지고 그들에게 뭔가 챙겨주고 싶어했습니다. 박종팔의 친화력과 사교성은 이아나가 아는 사람 중 최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번은 녹화 중 최고 임원 중 한명이 방송하는 곳을 방문한다는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아침부터 스튜디오 주변이 북적거리고 소란스러웠습니다. 드디어 그 임원이 방문했다는 소식에 녹화가 잠시 중단됐고 그 임원은 여러 곳을 두루 방문 후 스튜디오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그 순간 모든 직원들은 긴장하기 시작하더군요. 저 역시 SBS 스포츠 아나운서 시절, 회사에서 사장님이 방문하면 저도 그랬습니다. 어느 회사나 그럴테죠. 숨소리 하나 나지 않는 초긴장과 정적 상태에서 박종팔 위원은 갑자기 일어나 그 임원에게 걸어갔습니다. 그러더니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진을 찍자고 하는 거에요. 순간 주변의 회사 간부와 직원들은 깜짝 놀라며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그러나 박종팔 위원은 "어이~ 거기 사진기 든 양반, 아따 시방 사진 한방 찍어 달랑께, 아주 멋있게잉" 갑자기 스튜디오 안에는 폭소가 터져 나왔고 정적과 긴장의 순간은 급반전 됐습니다. 누가 회사 최고 임원과 사진 찍는데 주먹을 얼굴에 대고 찍는 강심장이 있던가요. 그래서일까, 그 이후 스카이스포츠에서는 복싱 경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하고 있는 박종팔의 집에는 챔피언 사진이 걸려 있다]

녹화는 6개월정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매주 만났던 박종팔 해설위원은 녹화 전 일주일 동안 생긴 일들을 재미있게 이야기 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도 박종팔 해설위원이 이야기하면 뭔가 있었던 것 같은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만큼 말을 맛있게 양념할 줄 알고 요리조리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박종팔을 쉽게 만나볼 수 있더군요. 복싱에 관계된 일이라면, 그리고 복싱의 인기를 위한 방송이라면 다른 일 다 제쳐두고 나올 성격입니다. 이아나도 박종팔의 해시태그가 붙어있는 방송은 다 보고 있는데 재미없는 방송이 하나도 없습니다. 보다보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복싱 하나만큼은 챔피언에 오를 정도로 성공했지만 복싱을 벗어난 박종팔은 헛점이 많은 그냥 사람좋은 동네 아저씨 같습니다.

그리고 항상 집에 한번 놀러오라고 할 정도로 집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하루 일과 중 거의 대부분을 집 가꾸기와 관리로 보낼 정도라고 하는군요. 도시속에 반자연인으로 살고 있는 박종팔은 불암산이 보이는 경치 좋은 곳인 남양주 별내 쪽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이아나도 박종팔 해설위원의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곤 하는데 집이 아니라 박종팔 랜드 같아요. 불암산 정상이 눈앞에 펼쳐있고 등산로와 정원이 있는 잔디밭에서 자연과 함께 식사를 하고, 편하게 쉬면서 힐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박종팔 위원의 집입니다. 특히 벽에 엄청 큰 박종팔 챔피언의 사진이 걸려 있는데요, 아마도 챔피언이 되는 순간 그 영광의 기쁨을 계속 느끼고 싶은 마음일 것 같습니다. 

[집가꾸기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남양주 별내의 박종팔 해설위원]
[불암산이 보이는 곳에서 자연과 함께하고 있는 박종팔 해설위원의 자택]

아내와 사별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던 때에 만난 지금의 인생의 동반자와는 운명적인 만남이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감싸주던 지금의 아내분과 함께 박종팔 랜드를 같이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박종팔 위원은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왜냐면 지금의 아내한테 모든 것을 허락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공처가인 박종팔은 그래서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아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 박종팔 위원을 보면서 왜 힘든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는지, 지금의 모습은 왜 그렇게 행복한지, 앞으로의 박종팔의 모습은 탄탄대로인지 알 수 있게 합니다.

박종팔 해설위원은 자신의 복싱 커리어에 무척 자부심을 느낍니다. 53전 46승(39KO승) 5패(4KO패) 1무승부 1무효를 현역때 기록한 박종팔은 장난스럽게 말하곤 합니다. "나처럼 화끈한 권투선수가 있을까나~ 난 KO 한방에 끝냈당께. 질때도 한방에 지는게 문제지마잉" 박종팔은 판정까지 가는게 싫다고 했습니다. 이겨도 한방, 져도 한방. 그래서인지 박종팔 하면 멋진 왼손 훅으로 상대의 복부에 정확하게 꽂히는 보디블로우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특히 한일전에는 놀랍게도 모두 KO승을 거뒀습니다. 고시마 가즈오(1라운드 KO승), 호리카미 미치히로(3라운드 KO승), 카시우스 나이토(2라운드 KO승), 에사시 가츠오(3라운드 KO승), 시바타 겐지와 2회(두번 모두 5라운드 KO승), 사사키 시저(6라운드 KO승), 스즈키 나오토(4라운드 KO승)등 7명의 일본선수와의 8번 매치에서 8전 전승 8KO 승의 믿을 수 없는 일본 킬러였습니다. 스포츠에서 한일전은 지금도 최고의 시청률을 보장받는 국가 대항전인데요, 박종팔은 일본 선수와의 경기는 절대 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링에 올랐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지금도 그때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 이아나도 가끔씩 그때 영상을 보면 가슴이 뛰고 영화같은 그의 경기가 다시 재현되길 바랍니다. 언젠가 제가 방송 오프닝에서 "박종팔의 영화는 안나옵니까?" 라고 질문했는데 사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영화 '록키'보다 더 재미있을 박종팔의 경기와 인생인데 말이죠. 그리고 박종팔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국내 복서가 나온다면 침체되어 있는 한국 복싱을 다시 수면위로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복싱은 모든 격투기 종목의 기본입니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도 복싱은 그 명맥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습니다. 복싱에 인기 싸이클이 있다면 이제는 올라갈 때가 되지 않았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티비 방송에서는 박종팔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없지만 이제는 유튜브 등 개인방송 시대입니다. 자주 볼 수 없다면 개인방송에서라도 그의 모습을 기다려보는데요, 복싱팬들의 향수를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예능감도 풀충전 되어 있는 예능챔피언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의 도전을 은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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