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우 변호사의 시선]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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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우 변호사의 시선]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다
  • 신정우 변호사
  • 승인 2023.03.0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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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우 법무법인 프런티어 파트너 변호사] 최근 엘리트 검사 출신 A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문제 되어 공직에 임명된지 하루 만에 사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으로 A 변호사가 공직에서 사퇴한 것뿐만 아니라 그 아들 역시 언론과 국민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피해자 역시 학교폭력으로 인한 충격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폭력의 가해자, 그 아버지, 피해자 모두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 것이다. 이 같은 비극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A 변호사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받은 처분은 “전학” 처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필자가 지금까지 수많은 학교폭력사건을 처리하면서 경험한 바로는“전학”처분은 사실상 형사재판에서의 “무기징역”과 같이 매우 드물게 나오는 처분이다. 현행법을 기준으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학폭위’)에서는 가해학생이 행사한 학교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 선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결정한다(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9조 참조). 심의위원들은 가해학생의 행위에 대해서 앞선 5개 항목에 대해서 0점부터 4점까지 각 점수를 부여하여 점수를 합산한다. 전학 처분이 나오기 위해서는 합산점수가 16점 이상이 되어야 한다. 

앞선 5개 항목에서 최고(가장 나쁜 행위)점수 4점보다 한 단계 아래인 3점씩을 모두 받아도 15점에 불과하여 전학 처분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A 변호사 아들의 경우 5개 항목 중 최소 1개 항목 이상 최고점인 4점(가장 나쁜 행위)을 받고 나머지 항목에서도 3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점수를 합산한 후에는, 마지막으로 가해학생의 “선도 가능성”을 판단한다. 비록 전학 처분에 해당하는 점수가 나오더라도 선도가능성에 따라서 조치를 감경할 수 있다. 

그렇다면 A 변호사 아들의 행위는 도대체 어느 정도 심각한 행위였기에 형사사건의 “무기징역”과 같은 “전학”처분을 받았던 것일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A 변호사 아들은 피해학생에게 “제주도에서 온 돼지”,“좌파 빨갱이”,“더러우니까 꺼져라”등의 폭언을 장기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정도 행위를 하면“전학”처분이 나오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전학 처분보다 가벼운 처분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담당한 학교폭력사건에서 여러 명이 집단으로 한 명의 학생을 폭행하고 그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악질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때 학폭위에서 나온 처분 결과는  전학보다 가벼운 출석정지 처분이었다. 필자가 담당한 또 다른 집단 폭행에서도 가해학생들에 대해서 출석정지 처분이 나왔다. A 변호사 아들의 언어폭력 행위가 집단 폭행보다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분명히 전학 처분보다 가벼운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A 변호사와 그 아들은 학폭위 당시 “전학”이라는 최악의 처분을 면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을까? 바로 위에서 살펴본 학폭위 조치 결정 기준에서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화해 정도 및 선도 가능성이라는 기준을 활용하였어야 한다. 가해학생이 학폭위에서 자신의 잘못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반성문을 정성껏 작성하여 제출했어야 했다. A 변호사가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머리 숙여 사죄드리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 그랬다면 “반성의 정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합의에 성공하였다면“화해 정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앞선 3개 항목에서 4점을 받더라도, 나머지 2개 항목에서 1점 또는 0점을 받아 합계 16점이 나올 수 없어 전학 처분은 받지 않게 된다. 또한, 학폭위에서 가해학생이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면, “선도 가능성”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된다. 그러면 앞선 5개 항목의 점수 합산이 16점이 된다 하더라도 조치를 경감받아 전학 처분보다 가벼운 출석정지나 학급교체처분 정도로 마무리될 수 있다.

그런데 언론 보도를 살펴보니 A 변호사와 그 아들은 필자가 제시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학폭위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행위를 부인하거나 심각하지 않은 행위이므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진술 태도로 보아 피해 학생과 합의도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가해 학생에 대해서 선도 가능성 역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A 변호사 아들은 “반성 정도”, “화해 정도”, “선도 가능성”이라는 마지막 감경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최악의 결과인 “전학”처분을 받게 되었다.

만약 A 변호사와 그 아들이 학폭위에서 필자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면, 그리고 진심으로 반성했다면 그 아들은 전학 처분을 면했을 것이다. 피해자의 고통도 조금은 더 빠르게 치유되었을 것이다. A 변호사는 공직에서 사퇴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모두가 지금보다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을 것이다. 

A 변호사 사태에서 가해자, 가해자의 아버지 A 변호사, 피해자에게 일어난 비극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있었다. 바로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이 그것이다.

 

도움말 : 신정우 법무법인 프런티어 파트너 변호사
도움말 : 신정우 법무법인 프런티어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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