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분의 1 사나이' 글러브 벗다… 23년 커리어 마감

2023-02-06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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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스포츠] 격투기 헤비급 레전드 ‘얼음 주먹’ 표도르 에밀리아넨코(47·러시아)가 케이지 안에 글러브를 내려놓았다. 23년간의 화려했던 선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성기 시절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은 위압감으로 강자를 수많은 강자를 쓰러트렸던 세계 최고 단체인 UFC 입성을 거부했고, 연패로 아쉽게 커리어를 마감했다.

표도르는 5일 미국 잉글우드 기아포럼에서 열린 미국 MMA 벨라토르290 헤비급(-120㎏) 타이틀전에서 라이언 베이더에게 1라운드 2분33초만에 TKO로 졌다. 이 경기는 표도르의 은퇴경기 겸 복수전이었지만 그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아쉽게 케이지를 떠났다. 표도르는 40승7패1무효로 커리어를 마감하게 됐다.

표도르는 경기 시작부터 상대의 펀치 세례에 고전했다. 타격전을 펼치다 쓰러진 그는 베이더의 파운딩 공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심판이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챔피언 벨트를 차고 화려한 피날레를 꿈꾸던 표도르의 계획인 산산이 조각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표정은 밝았다. 표도르는 경기 직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자신의 글러브를 경기장 한가운데 벗어놓았고, 기념촬영을 했다. 글러브를 바닥에 놓는 행위는 은퇴를 알리는 파이터들의 의식이다. 

표도르는 종합격투기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던 2000년대 초반, 흥행의 중심에 있던 일본 프라이드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당대 헤비급 최강자들인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마크 콜먼, 미르코 크로캅, 안드레이 알롭스키 등을 꺾으면서 무패 행진을 벌였다. 2009년까지 31승1패라는 압도적인 전적을 자랑하며 세계 60억 인구 중 가장 강하다는 뜻으로 ‘60억 분의 1의 사나이’로 불리기도 했다.